한국 최초의 화장품은 무엇일까?! 레트로 감성 상표와 디자인 이야기 (feat. 디자인코리아 뮤지엄)

PATENT SQUARE Offical Writer
2021-01-03
조회수 218

요즘 복고 아이템이 다시금 유행으로 돌면서 카페나 식당의 인테리어부터 패션 분야까지 레트로 감성을 한껏 담은 것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옛 디자인에는 어떤 매력이 있길래 사람들이 계속 찾고 궁금해하는 걸까요?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저는 진짜 레트로 감성을 찾아 나섰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산품 화장품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고 도입됐던 다양한 디자인 사료들, 국내 최초 가전제품 등 개화기 이후부터 2000년대까지의 디자인 역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코리아 뮤지엄’입니다. 이 박물관은 선문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박암종 교수가 개인적으로 30년간 수집한 수 만점의 소장품 중 1,600여 점을 엄선하여 전시를 하고 있는 곳인데요. 개화기, 일제강점기, 1988년 서울 올림픽 등 한국 디자인의 역사와 사회, 경제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던 사건을 중심으로 총 7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옛 물건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디자인의 매력을 시대순으로 살펴볼 수 있어 저처럼 디자인 쪽에 문외한인 사람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박물관을 다녀온 후 기억에 남았던 물품들에 대하여 상표와 디자인 정보를 더 찾아보았는데요.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시죠~!


- 태동기 (1876-1910)

< 태동기 개요 >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활발한 교류를 위해 개항한 이후, 디자인 분야에서는 커다란 발전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근대로 오면서 물건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상품 디자인에 본격적으로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 ‘일제강점기 냉장기’ >


일제강점기 시절, 가정에서 보급형으로 사용되었던 이 냉장고는 ‘냉장기’라고 불리며 국내에서 사용된 초기 냉장고의 형태를 보여주는데요. 2단 구조로 상단에 얼음을 넣으면 하단부로 냉기가 전달되는 방식으로 지금의 아이스박스를 연상하게 합니다. 외관은 나무 재질로, 문에 고리를 달아 마치 거실에 놓이는 가구처럼 디자인이 되었는데요. 현재의 냉장고와는 달라 굉장히 특색이 있어 보입니다. 외관과 달리 내부는 금속 재질로 마감하여 냉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국내 최초 양약 '활명수'와 부채표 상표(출처 : 동화약품[아래]) >


여러분들은 이 위의 초록색 병을 보고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힌트는 병 가운데에 보이는 부채 모양입니다! 다들 맞추셨나요? 이 병은 바로 1897년에 민병호가 국민 보급을 위해 개발한 국내 최초 양약 ‘활명수’를 판매할 때 쓰인 것입니다. 활명수 개발은 조선인의 소화불량과 위장병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고 ‘부채표’ 상표는 1910년 국내 최초로 특허국에 등록된 최장수 상표입니다. 동화약품은 그 이후로도 유사 상표 방어용으로 ‘활명액’ 상표를 등록하고 1937년에는 만주국 봉천중앙 특허사무소에 우리나라 최초로 해외 상표를 등록하는 등 우리나라 상표에 있어서 큰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영신환 병과 금계탑 봉지 >


영신환은 일제강점기 한방 소화제로 국내 최초 제약기업인 ‘조선매약 주식회사’에서 제조한 작은 구슬모양의 환이 들어있었습니다. 금계탑은 세창양행의 장티푸스 치료제였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약봉지들보다 더 직관적이고 디자인적 요소가 많이 들어간 것 같지 않나요?


- 정체기 (1910-1945)

< 정체기 개요 >


특허청 정책기자로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일제강점기 시대의 의장등록증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는 것인데요. 전시된 것은 1934년 정영국이 특허국에 신청해 발급받은 의장등록증과 유사 의장등록증입니다. 


< 일제강점기 의장등록증 >


정영국은 동명고무(활표 고무신)를 운영한 신흥자본가였는데, 첨부한 디자인에는 아동용 고무신의 앞쪽을 오리, 매, 돼지 형상으로 도안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면을 첨부하고 현재의 ‘관련디자인제도’와 비슷한 유사 의장등록 제도가 있었던 걸로 보아 지금의 디자인 등록 제도와 꽤 유사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 일본에서 생산된 구라부 상품의 한국 포스터 >


위의 포스터들은 일본에서 생산된 화장품 구라부의 홍보 포스터입니다. 일본 기업의 조선 현지화 디자인 경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글로 홍보 문구를 적은 후 옆에 일본어 가타카나를 함께 적어 놓고, 하단에는 월력을 넣어 활용성을 높이는 식의 포스터를 자주 사용하였다고 전해집니다. 

< 국내 최초 등록 화장품 박가분‘(위), 박가분 유사 화장품(아래) >


그렇다면 국내에서 최초로 공산품으로서 생산, 판매된 화장품은 어떻게 홍보를 했을까요? 박가분은 일제 강점기인 1916년에 상표 등록하여 판매한 화장품인데요. 두산그룹 창업자인 박승직 회장의 부인 정정숙 여사가 처음 제작하였고 공산품으로서는 국내에 최초로 제작, 판매된 화장품입니다. 두께 8mm 상자에 담아 판매함으로써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만들었으며 처음으로 신문 광고를 통해 홍보를 한 화장품이기도 합니다. 


박가분은 상자에 인쇄한 라벨을 붙여 브랜드화를 시도하였는데 이 전략은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전성기 때는 하루 1만 갑 이상을 판매하였는데요. 지금의 상표 도용 문제처럼 박가분의 유사 화장품들도 등장하였다고 합니다. 잘못 읽으면 박가분으로 읽힐 정도로 글자가 비슷하게 만들거나 포장 디자인을 모방한 것도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 박가분은 상표 등록을 하였기 때문에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하지만 전성기의 가도를 달리던 박가분은 납 성분으로 만들어진 화장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납 중독에 걸리는 사례들이 생겨 논란이 되면서 1937년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 발아기 (1945-1961)


1945년 우리나라가 광복이 되면서 디자인에도 유용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고 가정용 전자제품들이 본격적으로 보급이 되는 시기를 맞게 됩니다.

< 금성 체신 자동 1호 전화기 >


과거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이렇게 생긴 전화기를 자주 보셨을 텐데요. 이 전화기가 바로 우리나라의 자동 전화기 모양의 시초입니다. 1961년도에 체신 1호 전화기 규격이 제정됨에 따라 금성사는 다이얼식 전화기를 사양에 맞게 생산하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초기에 생산된 이 전화기는 한국전쟁 중 유엔이 보급했던 전화기가 디자인의 원형이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단순한 외형이지만 둥근 다이얼과 수화기 모양이 나름의 귀여운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 국내 최초로 생산된 금성 라디오 >


이 제품은 우리나라 최초의 라디오로 1959년 생산된 금성 A-501 모델은 진공관식 라디오로, 5개의 진공관과 5인치 스피커를 장착하였습니다. 한국 최초로 사내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는 박용귀가 디자인하였으면, 일본 산요(SANYO)사 제품을 참고하였다고 합니다. 비록 판매가 부진하여 1차로 출시된 80대 이후로 생산이 중단되었지만, 전자회로의 설계와 제품 생산의 기술 축적 등 전자산업에서의 발전뿐 아니라 산업디자인의 역사적 측면에서도 상당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제품입니다.


이렇게 태동기부터 발아기까지 여러 가지 물건들에 대한 디자인과 상표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역사와 문화의 발자취를 간직한 우리나라의 디자인과 상표! 앞으로도 그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 (자료인용 : 특허청, 디자인코리아 뮤지엄(박물관 현장 설명서 참고), 디자인하우스 <한국 디자인 100년을 기념하며>, 이미지 출처 : 특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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